내가 나로 살 수 있는 나라를 찾았다

나는 내가 이상한 아이인 줄로만 알았다

‘안돼라이팅’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유독 여성이 무언가를 시도할 때 안 된다는 말로 의욕을 꺾어놓으려는 현상을 말한다. 『불효녀로 행복하기』의 작가 자유별이 가스라이팅에 ‘안 돼’를 붙여서 만든 말이다. 수많은 안돼라이팅에 꺾여 시작하기도 전에 주눅 든 여자들에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제 인생을 정하는 건 지금까지의 과거도, 타인도 아닌,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지금부터의 저 자신’이니까요.”

이 책은 가정폭력과 성범죄로 고통받던 작가가 호주에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어린 시절부터 양육자가 휘두른 폭력과 한국 사회가 방관한 성범죄로 괴로웠던 그는 한국 땅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중국, 일본을 거쳐 호주에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은 절대 녹록지 않았다. 그의 일상을 침범하는 부조리한 사건들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났다면 모두 한 번쯤 겪었을 일들이다. 이것은 한 여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억압 받아온 대한민국 여성 모두의 이야기다.

여성의 연대는 나를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탈바꿈 시켜주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을 생각했던 그는 세상 밖에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피해자를 향한 편견 어린 시선에 위축될 때도 있었지만, 비슷한 경험을 가진 여성과 연대하고 싶어서 시작한 고백이었다. 얼굴과 실명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떻게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와카이브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 원동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100번 욕을 들어도 단 1명의 생존 여성이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면 힘든 일이 싹 날아가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언젠가 지쳐 쉬어가는 날이 오더라도 남겨진 기록을 보고 희망과 용기를 찾을 수 있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이미 해피엔딩을 알고 보는 소설’처럼 여겨주기를 바랐다. 눈물 없이 보기 힘든 이야기에 마음이 아프다가도 찬란한 그의 현재를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가 쌓아 올린 단단한 삶은 가해자를 포함한 그 누가 침범해도 무너지지 않을 기지이자 보금자리가 되었다. 폭력의 생존자가 행복하게 잘 먹고 잘사는 이야기, 우리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과거는 뒤로 하고 내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미래를 그려나가는 것

이 책을 읽는 내내 윤하의 ‘오르트 구름’이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가사가 꼭 그가 살아온 과정을 말해주는 듯했다.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해 숨이 벅차도록 달려온 그는 결국 해피엔딩을 넘어 현재진행형으로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인터뷰의 마지막에 그가 해준 단단한 말이 떠올랐다. “사람은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변하기 시작한대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꿔오기만 했던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어요.” 오늘도 어둠 속을 방황하는 여성에게 보내는 응원과 같은 책, 삶이 힘겨울 때면 이 책에 기대어 한 걸음 더 나아갈 힘을 얻어 보자. 우리는 반드시 행복할 것이다.




불효녀로 행복하기

자유별

한국에서는 우울한 찐따, 일본에서는 철부지 사회 부적응자. 가정폭력과 성범죄를 겪으며 초등학생 때부터 자살을 꿈꾸던 평범한 한국 여성의 도피 이민 여정을 담은 에세이.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찾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건강하게, 아주 오래 살고 싶어졌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찬란한 것인지를 깨달았으니까. 아, 한국에서 인생을 망해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