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뒤집은 여자들의 우정 이야기
읽기와 쓰기로 맺어진 여성들의 우정은 정직하고도 다채로웠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여전히 여성을 한 인격체가 아닌 2등 시민 취급하는 사회인데, 이전 시대에 깨어있었던 여성들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특히 글 쓰는 여성은 어땠을지 생각하게 된다. 오늘날 해외 문학상을 휩쓸고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여성 작가가 시대의 저편에 사라졌을까. 그래서 글 쓰는 여성들의 우정을 다룬 이 책이 반가웠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걸출한 여성 작가들이다. 시대의 풍파 속에서도 여전히 펜을 잡고 글을 썼던 의지의 여성들, 그 곁에서 서로의 삶을 지탱하며 연대하고 우정을 나누었던 여성들의 이야기라니. 당장 집어들 수밖에 없었던 책이었다.

▲〈예술가의 어머니와 자매〉, 베르트 모리조(1841-1895)
※ 위 그림은 도서와 관계 없는 그림입니다.
이제 여성을 우정의 주인공으로 복원하고자 한다.
예전부터 여성과 여성의 관계를 바라보는 왜곡적인 시선이 있어 왔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말로 여성 간에 일어나는 갈등을 납작하게 일축하는 말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여성 집단을 악마화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다. 그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자연스럽게 충돌하는 과정을 성별의 문제로 치환하려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나눈 우정에는 밝고 긍정적인 감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때로는 서로의 능력을 부러워하며 경쟁했고, 누구보다 아픈 비판을 던져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버지니아 울프와 비타 색빌웨스트는 서로의 글에 찬사와 동시에 혹평을 함께 나누며 작품을 창작했다.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는 당시 남성 위주였던 인류학계에서 함께 공부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여성 차별에 맞서는 방법을 공유했다. 이들의 복합적인 우정을 보고 있으면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또는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 버지니아 울프(왼쪽)와 비타 색빌웨스트(오른쪽)


▲ 마거릿 미드(왼쪽)와 루스 베네딕트(오른쪽)
읽고 쓰는 행위는 고독하지만 신비롭게도 읽고 쓰는 여자들은 고립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띄었던 점은 이들이 나눴던 우정은 서로를 구하는 동시에 그 시대의 여성을 구했다는 사실이다. 여성 참정권 운동, 낙태죄 폐지 등 여성의 권리를 위한 시대적 요청에 응하며 끊임없이 투쟁했던 그들의 존재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여성 참정권 운동을 주도한 여성사회정치연합(Women’s Social and Political Union)의 창립자의 모습
그동안 여성이 이룬 눈부신 승리의 기반에는 우정과 연대가 있었다. 여성이 고립되기를 바라는 남성 중심 사회를 보란 듯이 뒤집은 여자들의 우정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 당신이 경험한 우정의 순간이 궁금하다. 우리는 기꺼이 당신의 우정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
저자: 장영은
발행처: 민음사
읽고 쓰며 친구와 함께 살아간 여자들이 발명한 귀하고도 드문 문학적 우정에 대한 기록!
버지니아 울프, 코코 샤넬, 시몬 드 보부아르, 한나 아렌트,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이름을 남긴 이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나를 살게 하고, 더 나은 나로 성장시키고, 세상을 함께 바꾸어 내는 여자들의 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