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한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올곧은 진심
법의학은 미래를 위한 의학이야.
인간이라면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된다. 하지만 원인이 명백한 자연스러운 죽음이 아닌 부자연스러운 죽음이 존재한다. ‘비자연적 사망 규명 연구소 UDI 라보(Unnatural Death Investigation)’는 부자연스러운 사인으로 죽은 사람들의 사인을 연구하는 가상의 기관이다. 이 작품은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 부검의 ‘미스미 미코토’를 포함한 다섯 명의 인물이 사건을 해결하는 법의학 드라마다. 죽은 사람의 사인을 분석해 망자의 억울함을 풀고 또 다른 생명을 구하는 법의학자의 사명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절망할 시간이 있으면 맛있는 거 먹고 잘래.
2018년에 방영된 이 드라마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높았지만 여성 서사로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 미스미 미코토는 올곧고 강한 정신력을 가진 주체적인 여성 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는 부검의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자신의 상황에 움츠러들거나 주눅 들지 않는다. 사건 현장을 조사하다가 범죄 사건에 휘말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단단한 사람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명대사 “절망할 시간이 있으면 맛있는 거 먹고 잘래.”는 그가 살아가는 방식을 한눈에 보여주는 말이다. 부조리한 세상에 절망하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 미스미 미코토의 이런 모습은 세상의 벽에 부딪힌 여성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것이다.



자꾸 여자 운운하시는데 좋아서 여자로 태어났습니까?
이 작품은 여성이 마주하는 성차별적 시선과 성범죄를 향한 왜곡된 인식을 정면으로 다루어 화제가 되었다. 특히 3화에서 여성 전문 직업인이 같은 직업을 가진 남성에 비해 평가 절하당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같은 증거여도 발화자가 남성일 때 더 신뢰하는 현실 속에서 드라마는 소위 말하는 ‘사이다’식 전개를 선택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현실이 분명히 잘못되었다는 점을 명확히 짚는다. 이러한 관점은 성범죄 문제를 다룰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성범죄를 당한 여성에게 옷차림과 태도를 문제 삼는 사회 분위기를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비판한다. 여성이 어떤 상태이든 합의되지 않은 성행위는 범죄라고 힘주어 말하는 미스미 미코토의 모습이 마치 어딘가에 존재하는 피해자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이 작품을 보고 ‘스컬리 효과(Scully Effect)’라는 용어가 떠올랐다. 매체에 등장하는 전문직 여성이 여성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미국 드라마 〈THE X-FILES〉에 등장한 여성 법의학자 스컬리 캐릭터를 보고 관련 분야에 진출한 여성이 늘어났다고 한다. 일본에도 미스미 미코토가 뿌린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일본에서 주체적인 여성상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분명 이 작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와 여성 서사가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응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내추럴
각본: 노기 아키코
제작: 츠키하라 아유코(연출)/아라이 준코(기획)
출연: 이시하라 사토미, 이치카와 미카코, 이우라 아라타 등
비자연적 사망 규명 연구소(UDI, Unnatural Death Investigation)에서 일하는 고지식한 법의학 부검의와 전문가팀. 이들이 불가사의한 죽음의 사인들을 밝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