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위한 여성복은 없다
내가 모르는 사이 원단에도 성별이 생긴 걸까?

옷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3요소 중 하나이다. 옷은 우리의 피부에 하루 종일 붙어있어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옷에 차별이 깃들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과거의 일로만 여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여성복’이라고 부르는 옷에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한다. 《여성복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패션 업계가 여성 소비자를 어떻게 속이고 가둬왔는지 낱낱이 찾아 고발하는 책이다. 옷 가게에 갔는데 맞지 않는 옷들만 있어 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는가? 산지 얼마 되지 않은 옷인데 금방 헤지고 망가져 금방 버려야 했던 경험이 있는가? 이 책은 그럴 때마다 자신을 탓했던 여성들에게 알고 나면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여성복의 진실을 알려준다.
내가 생각하는 여성복의 미래가 남성복에서는 ‘오래된 현재’였다.

《여성복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의 저자이자 여남 공용 쇼핑몰 ‘퓨서’의 김수정 대표는 여성복과 남성복은 전제부터 다르게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남성복은 활동성이 많은 사람이라는 전제로, 여성복은 보이는 라인에 초점을 두고 제작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바지라도 남성의 바지에는 히든 밴딩이라는 허리 조절 장치가 들어가 숨쉬기가 훨씬 편안하고 주머니도 깊어서 물건을 넣어도 움직일 때 불편하지 않다. 남성 셔츠 역시 틀어지지 않게 더 튼튼한 봉제 방식으로 제작하여 세탁기에 돌려도 잘 망가지지 않는다. 사이즈 체계도 다르다. 남성복은 공통 사이즈라서 어떤 쇼핑몰에서 사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반면 여성복은 쇼핑몰마다 사이즈가 천차만별이라서 옷을 고를 때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책에서 말하는 여성복의 진실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알면 알수록 그동안 여성이라는 이유로 생활의 필수품인 옷조차 손해 보면서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분노하게 될 것이다.
사회가 규정한 ‘여성성’이 만들어낸 편견을 하루빨리 옷에서 걷어내야 했다.

‘여성복’이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하늘하늘한 원단의 원피스, 드레스와 같이 ‘여성’스러운 선을 강조한 옷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런 옷들은 입는 사람이 스스로 입고 벗기 어려운 형태로 되어있다. 사람이 아니라 마치 인형에게 입히는 옷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 패션 업계에서 종사하면서 옷의 역사를 배운 저자는 바뀌는 세상을 패션 업계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책의 제목을 ‘여성복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로 지은 이유는 진정으로 여성을 위하는 옷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그런 옷을 만들겠다는 저자의 의지가 담겨있어서가 아닐까? 이 책이 출간된 2021년에서 4년이 흐른 지금, 여남 공용 쇼핑몰들의 의미 있는 시도들과 사그라드는 과정이 있었다.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소비자인 우리가 차별을 인지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차별을 타파하려는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여성을 대상화하고 옥죄는 패션 브랜드를 소비하지 않는 것. 그것이 여성복의 미래를 밝혀주는 힘이다.

여성복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여남 공용 브랜드 ‘퓨즈서울’ 김수정 대표가 기록한 여남 의복의 차별적 실태와 여성의 삶을 바꾸는 시도들 .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들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의류를 전공하고 20대에 온라인 쇼핑몰을 연 저자 역시 페미니즘을 접한 이후, 그동안 팔아온 여성복의 문제점을 마주하게 됐다.
여남 공용 브랜드 퓨즈서울의 김수정 대표는 옷의 형태에서 발견한 성차별적 요소가 제작과 유통 과정에도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하고, 기존의 여성복과 차별화되는 옷을 만들고 알리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이 여정은 ‘지금까지 여성복을 누가 그리고 누구를 위해 만들어왔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자 여성복의 기본값을 새롭게 상상하고 실현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작가: 김수정
발행처: 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