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노동, 아들의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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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통계에는 성별이 없다

2018년 세계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34%를,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70%를 소유하는 반면 하위 50%가 소유하는 자산은 전체 자산의 고작 2%다. 하지만, 이 불평등 보고서에는 성별에 따른 부의 차별은 드러나 있지 않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본은 온전히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세계 500대 부호 중 겨우 12.8%만이 여성이다. 자수성가한 여성의 경우 고작 7명이다. 이혼해서 결혼생활 동안 축적한 재산을 절반으로 나눈다 해도, 그 재산을 절반으로 나누는 회계조차 여성에게 불평등하게 구성되어 있다.

모부에게서 재산을 물려받는 경우에조차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받는다(정확히는 아들이 ‘더 가치가 있는 자산을’ 받는다. 딸은 점점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금을 주로 받는다). 가정에서 여성이, 딸이 가정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노동은 깡그리 무시된 채 말이다. 여성 노동이 가족의 부의 생산과 재생산에 적극적으로 기여함에도 자본은 여전히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러니 이 지점을 분명히 하자. 부의 불평등은 성별에 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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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 시스템으로서의 결혼과 가족

6B4T를 주장하고 실천하는 여성들에게 있어 이 실천의 기본이 되는 것은 당연히 경제력이다. 여성은 돈이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남자 형제와 비교당한다. 아들들이 장남이라서, 장손이라서 더 많은 기대와 투자를 받지만, 딸들은 가사 노동에 착취당한다. 2025년에도 여전히 명절만 되면 SNS는 여성들이 요리하고 차린 음식을 드러누워 받아먹기만 하는 게으른 남성 친척들, 가족들에 대한 불만의 글이 잔뜩 올라온다. 이제는 사라졌다고 믿는 이 가사 노동의 현실은 여전히 많은 여성의 일상이다. 며느리들은 타의로, 혹은 자의로 가사 노동을 도맡아 하고 딸들은 엄마가 안쓰러워 제 손으로 가사를 돕거나 혹은 딸이라는 이유로 당연히 동원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집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학교 대신 공장에 간 딸들이 돈을 벌어 남동생 학비에 보탠다는 이야기가 과연 오늘날에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학력은 곧 저소득으로 이어진다. 독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집에서 탈출한 여성들은 이내 남자보다 30% 이상 적은 임금을 받으며, 남자보다 많은 비정규직 일자리에서 일하고, 남자보다 주거비 및 생필품(정혈대 등)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이런 가난의 악순환에서 탈출하고자 결혼을 택한 여성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은 남성보다 가정을 유지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노동하면서도 더 큰 압박을 받는다. 반반 살림, 반반 육아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더 이상 반복할 필요도 없다. ‘엑셀 이혼’으로 결혼에서 탈출해도 여전히 여성은 가난하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은 이혼 후 더 낮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여성의 평균 손실 약 19%), 남성들은 안정적이거나 더 향상된다(남성의 평균 손실 약 2.5%). 이혼하지 않을 경우 노년이 되었을 때 늙고 아픈 배우자를 돌보는 것은 여성(아내와 딸)의 몫이다. 이성애 가족의 결합은 여성을 착취하여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사실 4B4T 혹은 6B4T를 실천하는 여성들은 이성애 결혼으로 인한 여성의 빈곤화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 문제는 기혼 여성들이 당사자로서 적극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딸이 가족의 부를 일구는 데에 동원되고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남자 형제가 있는 여성들은 유산 분배에 눈을 부릅뜨고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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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몫을 빼앗기지 않도록

한국이든 외국이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가족의 부와 권리를 장자에게 상속했다. 모부들은 가업을 물려줄 때 딸보다 아들이 더 전문적, 경영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투사적 가치-베르나르 자르카). 이게 완전히 근거가 없지는 않은데, 문제는 그 근거라는 것이 결국 남성우월주의적 사회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남초 산업에 여성이 끼어들 경우 여성은 그 업계에서 배척되고 소외당해 갖은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가업을 이어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딸들의 노동력을 갈아 만들어진 가업임에도 달콤한 부분은 결국 아들이 물려받는다는 것이다. 독립하기 전 딸들은 가업에 기꺼이 노동력을 바친다. 그것도 대부분 무급으로 말이다. 그렇게 일구어놓은 가게를 남자 형제에게 넘기고 딸들은 남자보다 30% 이상 적은 임금을 받거나 결혼하여 경제력을 상실한 가정주부가 되어 가사 노동에 평생을 바치거나 이혼하여 저소득 직종에 종사한다. 학력 자본의 차별과 함께 이 상속 차별 또한 여성의 가난함을 부채질하고 있다. 모부가 일군 자산을 5:5로 똑 떨어지게 나누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는 둘째치고, 여성이 절반을 물려받는 것이 이 사회에서 과연 ‘공평한 분배’라고 할 수 있는가?




자본의 성별: 가족은 어떻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가

“여성은 왜 가족 안에서 더 빈곤해지는가?”

모든 계층을 아울러 가족 내에서 재생산되는 부의 불평등,

그 핵심 요인이 성별임을 폭로하는 페미니즘 가족사회학

“여성과 남성 간 자산 불평등은 월스트리트가 아니라 가족의 일상에서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