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욕심 많고, 거칠게 – ⟨사이렌: 불의 섬⟩이 깨부순 여성성
센 놈이랑 붙자, 그게 멋있지
소방팀, 정민선 소방사
‘사이렌: 불의 섬’은 고립된 섬에서 경찰, 스턴트, 군인, 경호원, 소방관, 운동선수 총 24명이 팀을 이뤄 7일간 전투력, 팀워크, 전략을 겨루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각 팀은 곡괭이로 구덩이 파기, 장작 패기, 소방 호스로 불 끄기 등을 통해 자신들의 직업적 특기를 발휘하며 동시에 경쟁 상대를 이기기 위한 전략을 짠다. 또한 미지의 섬 곳곳에 배치된 다른 팀의 기지를 염탐하고, 약탈하고, 동맹을 맺고, 팀원들 간의 결의를 다지는 모습은 지금까지 없었던 여성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창문 깨는 법이나 풀리지 않는 매듭 묶기 등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전문 지식과 함께, 숲 속에 잠복하고, 나무를 오르고, 도끼를 휘둘러 장작을 패다 맨손으로 나무를 찢어버리는 팔 근육은 우리를 매료시키는 데에 충분하다.

아가씨가 아니고 형사입니다.
경찰팀, 이슬 경사
이은경 PD는 어느 날 ‘왜 스포츠 관련 콘텐츠의 주인공은 다 남자일까’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진한 스포츠 서사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사이렌: 불의 섬’을 세상에 발표한다.
또한 이은경 PD와 채진아 작가는 출연진을 소개할 때 ‘여성’ 소방관, ‘여성’ 경찰관과 같은 표현을 경계했다. ‘여성 00’이라는 수식어가 갖는 부정적인 편견과 압박을 벗어나 출연자 개인의 능력에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종종 ‘여경 무용론’이 불거질 정도로 남초 직군에 종사하는 여성들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다. 그러나 밤중에 불시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와 동시에 침상에서 뛰쳐나오는 소방팀과 출발을 알리는 총포 소리를 듣자마자 방향 파악을 완료하고 달려가는 군인팀, 옆 팀의 대화 내용을 하나도 흘려듣지 않고 단서를 포착하는 경찰팀의 모습은 그들이 사회적 편견과 혐오가 담긴 ‘여경‘ ’여군’이 아닌, 한 분야에서 지독하게 노력하고 실력을 쌓아온 전문가임을 보여준다.

저 여자만 잡으면 내가 일등인데
운동팀, 김은별 장사
얌전한, 순종적인, 양보하는, 연약한, 부드러운, 조용한. 사회적으로 합의된 ‘여성성’을 나타내는 표현들이다. 하지만 ’사이렌: 불의 섬‘의 출연자들은 강하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욕심 많고, 때로는 비열하고, 거칠고, 시끄럽다. ‘사회적 여성성’이 여성을 억압하기 위한 족쇄이며 허상임을 기탄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다. 남자만큼 잘할 수 없다. 여자치고는 잘한다’ 사회는 여성을 이런 프레임 안에 가둬놓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름답고 연약한 가축이 아닌 인간임을 외쳐왔고, ‘사이렌: 불의 섬’의 폭발적인 흥행은 우리의 목소리가 결코 작은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사이렌: 불의 섬’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우리가 갈망해 왔던 여성의 이미지를 제시했고, 이는 많은 여성이 자신의 삶에 새로운 힘과 의미 있는 선택지를 만들어낼 것이다. 도전하고, 경쟁하고, 쟁취하자. 우리는 사회가 우리에게 쥐어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사이렌: 불의 섬
연출 이은경
작가 채진아, 장단비, 황지영, 하정은, 이수빈
경찰관, 소방관, 경호원, 군인, 운동선수, 스턴트 배우. 여성 24인이 직업군별로 6개의 팀을 이뤄 뜨거운 경쟁을 벌인다. 외딴섬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서바이벌 리얼리티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