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전선 래디컬 페미니즘 잡지 〈RADish〉 8호

2019년 겨울, 세상에 없던 잡지가 펀딩을 시작했다. 세계 최전선의 페미니즘 잡지 〈RADish〉 창간호다. 반년에 한 권씩 출간된 지 벌써 4년이 되어 지난 4월에는 8호가 발행되었다.

〈RADish〉 8호는 4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딥페이크 성착취물과, 블랙핑크 리사의 스트립쇼에서 읽어내는 K-POP 아이돌 산업의 성착취를 이야기한다. 두 번째 챕터는 종교 내 여성혐오와 ‘탈케이팝’을 한 여성들의 삶에 대해 짚는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시골 학교의 페미니스트 보건 교사의 투쟁기와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회의 글 네 편을, 마지막 챕터에서는 포궁근종에 관한 의료 정보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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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챕터에서 딥페이크 성착취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너비브 글럭에 따르면 2020년 한 해에만 매달 최대 천 편에 달하는 딥페이크 동영상이 포르노 사이트에 업로드되었다고 한다. 1년 동안 거의 1억 건에 달하는 숫자다. 불과 얼마 전에는 피해자가 최소 60여명이 넘는 서울대 동문 딥페이크 성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난 참이다. 디지털 성폭력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만연해 있으며 여성은 수천, 수억 명의 남성들에 의해 일상을 성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다.

디지털 성폭력뿐만이 아니다. ‘블랙핑크 리사는 왜 파리에서 스트립쇼를 했을까’에서 짚고 있다시피 K-POP의 여자 아이돌 산업은 어린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컨셉 삼아 전 세계에 팔고 있다. 여자 아이돌 산업은 의상과 안무로 섹스어필을 하면서도 순수한 표정과 이미지를 곁들여 포르노가 아닌 척 대중에게 허용되는 선을 넘나들고 있다.

어린 여성들이 짧고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성교를 암시하는 춤을 추더라도 당당한 표정을 곁들이면, 이 성착취 산업은 오히려 ‘임파워링’의 탈을 쓰고서 대중에게 또 아이돌에게 열광하는 어린 여성들에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아이돌 산업에 익숙해진 어린 소비자 여성들은 여자 아이돌들의 성착취적인 외모 꾸밈과 무대에 무뎌져 그것을 선망하게 되고 이는 또다시 아이돌 산업을 배불리는 데 박차를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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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챕터에서는 무려 4년 차 교회 찬양팀 팀장이자 청소년부 부담임이었던 한 여성이 BL 원고를 팔아 십일조를 낸 일화가 나온다. 그는 종교 내 여성혐오에 대해 담담하게 토로한다. 성추행남을 쉬쉬하며 덮어주는 찬양팀 교사들, 여성혐오적인 교리, 여성혐오 밈을 사용하는 남목사 등. 종교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봉사하며 살았던 그는 종교의 근본이 여성혐오에 있음을 인지하고 구조 자체를 박살 내기 위해 마침내 ‘탈종교’를 한다.

이 원고에 이어서 ‘탈케이팝’을 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RADish〉6호, 7호에 이어 8호에 3회차로 나뉘어 실린 ‘응~ 탈좆돌 못하면 개돼지~’에서는 남아이돌 추앙을 그만둔 여성들의 경험담을 다뤘다. 탈케이팝을 하면 인생이 의미 없으리라 말하던 그들은 이제 남아이돌이 아닌 자신의 삶을 쫓고 있다.

여성은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올린 동영상을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이용당하고, 유튜브를 틀면 성착취 산업으로 굴러가는 여자 아이돌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그것을 선망하고, 남자 아이돌을 서포트하는 일에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남성중심적이고 여성혐오적인 교리에 돈과 시간을 바쳐 봉사하며 학교에서는 남학생과 남교사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하기 십상이다. 우리의 일상은 이렇듯 촘촘하게 짜인 성착취 산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우리는 우리와 후세대 여성을 위해서 이 거대한 여성혐오에 어떻게 맞서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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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실마리를 세 번째 챕터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함께라면’에서 찾을 수 있다. 시골 학교에서 보건 교사로 근무했던 ‘안은영 A’. 그는 교실에 만연한 남학생과 남교사들의 일상적인 여성혐오에 대해 말한다. 여학생들은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여성혐오가 만연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남학생들의 기강을 잡고 코르셋을 강요하는 동료 교사들의 압력을 물리치며 여학생들을 보호하는 ‘안은영 A’는 고독과 무력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뿌린 페미니즘의 씨앗이 언젠가 발아하고 성장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이 페미니즘의 씨앗이 싹틀 땅이자,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정당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4년 전 ‘여성의 힘으로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시작한다’는 기치 아래 설립한 여성의당이다.

우리는 지난 22대 총선에서 여성의당의 재도약을 지켜보았다. 여성의당은 수원 성인엑스포(일본 포르노 산업 종사자 여성들을 초청해 성매매하는 티켓을 판매하는 이벤트)를 그 어느 거대정당보다도 먼저 발벗고 나서 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성의 생존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대한민국 여성은 하루 하루가 생존을 위한 싸움의 연속이다. 우리는 ‘오늘도 운 좋게 살아남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여성의 인권에 대한 당연한 요구를 국회로 보내 법으로 제정할 수 있는 힘을 여성의당은 가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투쟁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대변인을 지지하는 것에서부터 우리는 함께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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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sh〉의 마지막 챕터는 디지털성폭력, 탈코르셋, 정혈용품 등 여성의 일상과 긴밀하게 연관된 다양한 주제를 만화로 쉽게 풀어내고 있다. 8호의 주제는 포궁근종이다. 포궁근종은 가임기 여성의 약 20%가 가지고 있는 질환이라고 한다. 흔한 질병인 만큼 경각심을 갖고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도록 하자.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담론을 날카롭게 제시하는 페미니즘 잡지 〈RADish〉는 반 년마다 펀딩을 통해 발행된다. 여성주의 담론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여성도, 이미 소리높여 외치고 있는 여성도 세계 최전선의 래디컬 페미니즘 의제를 양질의 콘텐츠로 만나볼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출판사 움튼

2015년, 메르스 갤러리를 기점으로 익명성에 기반한 자생적인 페미니스트 세대가 탄생했습니다. 이에 뿌리를 두고 발전한 한국의 래디컬 페미니즘은 ‘비혼, 비출산, 비연애, 비섹스’, 즉 ‘4B’를 실천하며 가부장제의 근간을 허물고 있습니다. 출판사 움튼은 트위터의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모여 잡지 『RADish』를 발간한 것을 계기로 탄생했습니다.

래디컬 페미니스트의 잡지 『RADish』는 2019년 창간호 발행 이래 지금까지 여섯 호를 성공적으로 발간했으며, 래디컬 페미니즘 의제를 발굴하고 선별하여 기록하는 플랫폼으로써 여성주의 언론의 첨단을 걷고 있습니다.

2023년, 한국은 여전히 OECD 최악의 유리천장 지수와 성별 임금 격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친밀한 관계 내에서의 폭력 및 불특정다수의 여성을 노리는 성폭력이 만연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결혼과 출산은 여성의 경력 단절과 독박 가사 및 육아로 이어집니다. 여성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으로 예속하며 존엄과 자율성을 위협하는 남성과의 관계를 거부하는 것은 한국 여성에게 정치적인 각성의 발로일 뿐만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움튼은 앞으로도 4B와 4탈, 여성 연대, 반성폭력 등 가장 첨예하고 가장 절박한 여성 의제를 다루며 언제나 여성의 입장에서 논쟁의 최전선에 서는 페미니즘 출판사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