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죽여도 되죠?”

또 없나? 죽일 놈

구경이_이미지

약자를 유린하는 끔찍한 범죄자를 보면서 죽여 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는가? 드라마 ‘구경이’는 이런 우리의 상상을 범죄자만 골라 죽이는 ‘여대생 살인마’ ‘케이’를 통해 재현한다. 스릴러에서 ‘여대생’은 으레 피해자로 등장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다르다. 케이는 발랄하고 해사한 얼굴의 ‘여대생 살인마’다. 그는 약자를 괴롭히는 놈들을 과학적으로 설계한 완벽한 계획으로 처치한다. 우리는 분명 사적 제재가 가진 위험성을 알고, 사람을 죽이는 게 답이 아니라고 배웠다. 하지만 국가와 법률이 피해자의 고통을 존중하지 않는 현실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이다. 케이가 “솔직히 죽여도 되죠?”라고 물을 때 어떻게 답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심스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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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하는 우리 앞에 떡진 머리와 다크서클이 가득한 눈을 한 탐정 ‘구경이’가 등장한다. 매사에 “의심스러운데?”를 입에 달고 사는 어쩐지 더 의심스러운 행색을 한 사람이다. 전직 경찰이었던 그는 자신이 맡은 사건의 용의자가 설사 그의 배우자라도 망설임 없이 의심했다. 결국 남편은 자살하고 그 죄책감 때문에 무너져 게임에 빠져 살다가, 후배 나제희의 부탁으로 사건을 조사하다 케이의 존재를 알게 된다. 같은 팀원도 케이를 꼭 잡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 구경이는 꼿꼿하게 서서 이렇게 말한다. “누굴 죽이겠다는 마음 품고 사는 거, 진짜 못 할 짓이거든요.” 이 말 또한 일리가 있어 보여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우리는 누구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까?

구경이와 케이, 세상에 없던 여성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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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구경이’는 작품 주제도 흥미롭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작품의 중심이 되어 관객이 이입하는 인물 ‘프로타고니스트’와 갈등을 일으키는 ‘안타고니스트’라는 개념이 있다. ‘구경이’에서 프로타고니스트는 구경이고 안타고니스트는 케이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범죄자를 죽이는 케이에게 열광하고 그를 잡으려는 구경이가 못마땅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두 인물은 각 개념에 완전히 고정되지 않고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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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을 이끌어가는 두 여성 캐릭터 외에도 구경이의 후배인 나제희와 케이를 잡으라고 지시한 용 국장의 관계도 두드러진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용 국장과 그를 동경해 높은 위치로 올라가고 싶은 나제희의 관계는 여성 캐릭터로는 본 적 없던 상사와 부하의 관계성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세상에 없던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갖게 된 이유는 이외에도 많다. 정말 그런지 부디 직접 보고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




구경이

크리에이터: 이정흠, 성초이

출연: 이영애, 김혜준, 김해숙, 곽선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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