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세계에 뿌리내리는 것은
※ 리뷰 전반에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불안정한 기반 위에 세워진 도피처였다.
《지구 끝의 온실》은 ‘더스트’라는 치명적인 대기오염으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지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소설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부마다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 다르다. 우선 1부는 더스트가 해결된 세계에서 식물 ‘모스바나’에 관한 제보를 받아 연구하는 아영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어서 2부는 더스트 때문에 도시 곳곳에 돔을 씌우고 더스트에 면역이 있는 내성종을 차별하던 시대에 살았던 나오미와 아미라 자매의 여정을 담았다. 나오미와 아미라는 더스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프림 빌리지’의 소문을 듣고 고생 끝에 프림 빌리지를 찾아낸다. 정착할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곧 이곳이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데 왜 버려진 우리가 세계를 재건해야 할까.
마지막 3부에서는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낸 지수와 안드로이드 식물학자 레이첼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레이첼의 망가진 부품을 고쳐주는 것을 계기로 만난 둘은 더스트 현상 초기 때 만나 레이첼의 식물학 지식을 활용해 프림 빌리지를 만들고 지수는 레이첼의 식물 연구를 위해 온실과 부품을 책임진다. 지수는 레이첼의 식물로 더스트를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설득하지만 레이첼은 협조하지 않는다. 아미라와 나오미는 이 둘의 갈등을 바깥에서 지켜보면서 프림 빌리지에 오기 전까지의 험난했던 과정을 떠올린다. 돔 시티에서 밀려난 약자에게 가해진 폭력과 무너지는 신뢰와 유대를 떠올리며 회의감에 젖어 들지만 결국 이들은 프림 빌리지의 추억을 가슴에 묻고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딘다.

저는 운명을 믿지는 않지만, 같은 것을 쫓는 사람들이 하나의 길에서 만나게 되어 있다고 믿거든요.
작가의 말에 있는 다음의 문장은 작품의 근본을 이루는 가장 큰 뿌리이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 문장을 읽고 지금의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세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은 너무나도 부조리한데, 원인 제공한 지배층은 약자를 착취해 안위를 챙기는 세계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세상을 구하고자 마음먹은 단단한 여성들의 희망과 연대 그리고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식물처럼 서로의 뿌리를 붙잡고 무섭게 자라나 세상을 뒤덮어 결국에는 세상을 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우리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


지구 끝의 온실
소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통해 중국 SF 문학상인 은하상 최우수 작가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독자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음을 증명한 김초엽 작가는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을 통해 더스트로 멸망한 이후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작가: 김초엽
발행처: 자이언트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