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여 만세!
파란만장한 프리다 칼로의 삶을 그려낸 뮤지컬,〈프리다〉
Viva la Vida!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여 만세!)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멕시코 출신의 화가, 프리다 칼로를 아는가? 꽃으로 머리를 장식하고 강렬한 눈빛과 짙은 눈썹을 가진 여성의 초상이라 하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그의 인생이 여성 4인극 뮤지컬〈프리다〉로 재탄생했다. 일생 동안 골절, 다리 절단, 척추 수술 등 서른 번이 넘는 수술을 받으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픈 것이 아니라 부서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살아있음이 행복하다.”

그의 삶을 단 두어 시간 남짓한 공연으로 담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뮤지컬 〈프리다〉는 그의 삶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는다. 프리다를 구성하는 일부분인 다른 캐릭터들과의 토크쇼를 통해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무대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관객들은 오롯이 프리다의 인생에 집중하게 된다.
여성들이 함께 만들어낸, 여성의 목소리로 완성된 극

뮤지컬 〈프리다〉의 부제는 작중 토크쇼의 이름이기도 한 ‘The Last Night Show’이다. 프리다는 이 토크쇼의 게스트로 출연하며, 쇼의 진행자인 레플레하, 그리고 크루인 데스티노ㆍ메모리아와 함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 이 작품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크루인 데스티노ㆍ 메모리아뿐만 아니라 프리다 칼로의 남편이었던 디에고 리베라 역시 레플레하라는 캐릭터를 통해 여성 배우가 연기한다는 것이다. 실존 인물인 디에고 리베라를 여성으로 직접 변경한 것은 아니지만, 극 중에서 레플레하가 디에고 리베라를 연기하는 형태로 그의 존재를 나타내며 프리다의 내면과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보여준다.
프리다 칼로는 생전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로 불리며 남편의 부수적인 존재로 폄하되었다. 이렇듯 프리다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었던 고통, 투쟁, 그리고 예술적 승화에 대한 극을 온전히 여성 배우들의 목소리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우리는 여성의 삶을 여성의 언어로 재해석해 받아들일 수 있으며 이는 프리다 칼로를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예술가로 주목함과 동시에 기존의 남성 중심의 서사를 전복한다는 강한 의의를 지닌다.
낭만 따윈 없어도 돼
난 이미 충분하니까
(…)
고통이 클수록
행복도 커지리
- 라비다 가사 中 -
“나는 결코 꿈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나의 현실을 그릴 뿐”
절대가에게 절대적으로 순응할 수 없는 것은
절대자가 절대적으로 날 위하지 않기 때문
그러니 물러서지 마 모든 게 부서져도
- 코르셋(Corset) 中 -

독자를 자극하기 위해 불행한 이야기나 비극적인 요소를 극대화하는 것을 불행 포르노(Misery Porn)라 한다. 누군가의 불행을 소비의 대상으로, 팔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불행 포르노의 단골 멋잇감은 단연 여성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처럼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며 대상화 역시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 역시 생전 많은 고통, 사후에서야 예술가로서 주목받게 된 기구한 예술가의 삶으로 소비되곤 한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다. 그는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표현할 수단을 찾았고, 침대에 누워서도 끊임없이 붓을 들었다. 뮤지컬 〈프리다〉는 그의 고통이 아닌 삶 자체에 주목한다. 우리가 그의 불행을 자극적인 드라마나 숭배할 대상이 아닌,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이다. 당신은 프리다 칼로를 어떤 존재로 기억할 것인가?

뮤지컬 프리다
작, 작사: 추정화
프리다 역: 김소향, 알리, 김히어라
레플레하 역: 전수미, 리사, 스테파니
데스티노 역: 정영아, 임정희, 이아름솔
메모리아 역: 최서연, 허혜진, 황우림, 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