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는 세상이라도 사랑하는 네가 있다면,
※ 리뷰 전반에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거절과 그 모든 실망이 당신을 여기로 이끌었어.
그런 날이 있다. 지난날에 했던 선택들이 후회되어 모든 걸 원점으로 돌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 날. 주인공 에블린에게 하루하루가 그러했다. 낯선 이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며 딸을 키우고 아버지를 부양하는 그에게 모든 일이 어렵기만 하다. 자기를 못마땅해하는 아버지도, 자꾸만 엇나가는 딸도, 무능력하고 한심한 남편도 다 지겹게만 느껴진다. 그런 에블린에게 최악의 날이 찾아온다. 가게는 압류당할지도 모르고, 남편은 이혼장을 가져온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 갑자기 다른 세계의 남편이 나타나 이 세상은 다중 우주, ‘멀티버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우주를 넘나드는 능력자 ‘조부 투바키’가 세상을 멸망시키려 한다고 말한다. 그 멸망을 막을 유일한 희망이 자신이라는 말에 에블린은 의심하면서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린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어
에블린은 멀티버스를 넘나들며 다양한 에블린의 삶을 경험한다. 그러면서 멀티버스의 에블린들 중 자신이 제일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역설적으로 가장 최악의 인생을 사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다른 우주의 에블린이 성공할 수 있었고, 그런 그들의 능력을 모두 흡수할 수 있었다. 멀티버스의 원리를 통달할 만큼 똑똑한 에블린은 조부 투바키라는 괴물을 만들었지만 조부 투바키로부터 세상을 구한 건 가장 실패한 에블린이라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최악의 상황에도 멀리서 보면 여전히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럼 소중히 할 거야. 그 한 줌의 시간을.
우리는 살면서 수없는 좌절을 마주한다. 지금까지 해 온 모든 것들이 다 의미 없게 느껴지는 날이 찾아온다. 모든 게 다 부질없다며 절망하는 조이의 슬픔이 여성 관객에게 유독 와닿을 것이다. 세상은 부당함과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한데, 상식이 통하는 순간은 좋은 순간은 극히 드문데 왜 굳이 이렇게 애를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자신의 지난날이 겹치는 것이다. 에블린의 진심과 사랑이 조이와 세상을 구했듯이 모든 여성이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자신의 세상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콴, 제이미 리커티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