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전시 인터뷰 와카이브: 여생을 만나다

여성서사 아카이브 프로젝트 Warchive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프로젝트 여생女生(이하 여생)의 세 번째 전시회가 열렸다.

여생은 창작 분야에 구애를 두지 않고 여성 복합 문화 전시의 지평을 넓히고자 모인 여성 창작인 그룹으로,

이미 두 번의 페미니즘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여생의 세 번째 전시회 '정상이 어디 있는데요?' 성료 후,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자.

첫 번째 전시는 다양한 비혼여성의 삶 조명, 두 번째 전시는 비혼여성과의 관계와 충돌, 세 번째 전시는 전시 주제는 정상-꼭대기와 주류-인데요, 많은 작품을 아우르는 이 주제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하나요? 또, 주제 결정 중 아쉽게 탈락한 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분노와 용기, 그리고 연대. 우리가 움직이는 이유다.
분노와 용기, 그리고 연대. 우리가 움직이는 이유다.

프로젝트 여생은 삼 년에 걸쳐 총 3회의 전시를 진행했지만, 현 기획자가 진행한 전시는 여생 두 번째 전시와 세 번째 전시입니다. 여생 첫 번째 전시의 경우 다른 기획자님이 추진했습니다.

주제 선정은 온전한 기획자의 몫이었는데요. 기획자가 보여주고 싶은 주제가 있어 프로젝트 여생 두 번째 전시를 맡아서 세 번째 전시까지 진행하게 되었네요. 주제를 정할 때는 고민이 되지만 감히 결정 내리기 어려운 주제들을 건드리려 하는 편입니다. 당사자성과 동시대성을 가진 생각이 전시가 다가올 즈음에는 비슷한 고민을 시도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답이 되었으면 하면서요.

그리고 구체적인 하나의 고민을 포용할 수 있는 큰 이야기를 주제로 내놓습니다. ‘호흡하는 여성들’ 전시는 갈등을 잘 다루자는 말을 하고 싶어 만남부터 갈등까지의 순간을, ‘정상이 어디 있는데요?’ 전시는 떠나지 말라는 말이 하고 싶어 이전과 앞으로의 우리의 모습을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여생 두 번째 전시의 경우 작가들의 과거 작품 포트폴리오를 받아 참여 작가를 선정했으며, 기획자는 관람객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고 이를 글로 정리하여 준비했습니다.

선정된 작가들에게 글을 전달하여 여생2 전시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놓고 작품을 요청드렸습니다. 여생 세 번째 전시는 이제까지의 작품 포트폴리오가 아닌 전시의 주제를 공개하며 주제에 관한 작품의 기획서를 요청했는데요, 이때에는 기획자의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전시가 아닌 기획자도 답을 알고 싶은 것을 집중적으로 전시를 꾸렸습니다. 작가들의 작품 기획서를 어떤 작가인지 유추할 수 없도록 블라인드 처리하여 보고 전시의 흐름을 읽어가며 뽑았습니다.

아쉽게 탈락한 주제는 없습니다! 하고 싶은 내용이 생각이 나면 전시 주제로 실행시켰으니까요.

이번 전시 준비 과정에서 생긴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여생 두 번째 전시를 기획, 진행했을 때와는 다르게 이번 세 번째 전시부터는 작가 소개 인스타 콘텐츠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작가님들과 한 달에 한 번은 오프라인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처음 오프라인 만남 때는 서로 어색할 수 있으니,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이야기할 소주제들을 작가들에게 배포했고 만났을 때는 소주제들과 더불어 사적인 이야기들을 추가적로 하며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혹,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이야기 소주제 들을 공유합니다. 소주제들과 전시는 연관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있으실 거에요.

작가들과의 대화
  • 나의 평소 작업물에 관해 이야기해 주세요.
  • 내 작업물의 방식, 주제는 어떻게 되나요? 왜 그런 방식과 주제를 선택했나요?
  • 내가 평소에, 혹은 이번 작품에서 영감을 얻는 장소는? ex) 친구와의 대화, 책, SNS 등
  • 요즘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설명해 주세요.
  • 프로젝트 여생과 전시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이번 여생 전시의 주제는 ‘정상’입니다. 정상과 관련된 본인의 작품을 설명해 주세요.
  • 그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며, 평소 ‘정상’에 관한 본인의 생각과 일치하나요?
정상(top)에 관하여. 힘, 그 권력이란
  • 정상이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 정상으로 가는 것과 페미니즘의 관계는 얼마나 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정상으로 가는 것과 다른 담론이 반하였을 때,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상(normal)에 관하여. 나는 내가 보통인 세상을 아직도 꿈꾼다
  • 나는 정상인가요?
  • 권력을 가져 주류가 되는 것과 주류가 되어 권력을 가지는 것 중 더 타당하다는
  •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햄상어 작가의 '심해 혹은 우주'를 감상하고 있는 와카이브 팀원.

햄상어 작가의 ‘심해 혹은 우주’를 감상하고 있는 와카이브 팀원.

위의 주제 외 사적인 이야기를 하며 좋았던 점은 작가들의 뒷배경 이야기를 들을 수 있던 점인데요, 저번 전시에 관람객으로 참석했던 작가도 있어 운영 전반적인 것들을 보완할 수 있었고 작가 개인과 사적으로 친해지며 작가들의 캐릭터 가치관을 알게 되니 작가들과 큰 트러블 없이 순조로이 기획팀 일에 몰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가들과의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한송희 배우와의 말이었는데요. 연기에는 두 가지 갈래가 있는데 그중 자신은 몸을 잘 쓰는 배우라며 소개했는데 그 말들이 한송희 배우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매우 도움이 됐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각자의 스토리를 읊으며 작가의 작품에 어떤 뜻을 담고자 했는지 알 수 있었고 작가들을 연결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얻었으면 하는 메시지나 감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시대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여생의 주제들은 전시 자체가 페미니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깊은 페미니즘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처음에는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거나 조금만 아는 사람이 올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고전 미술 같은 것들도 그 작가의 배경이나 그때의 시대상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음에도 전시를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걱정을 접고 하기로 했습니다.

여생의 전시는 우리가 생각해 본 거 들어볼래? 하는 전시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알려주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생각해 보거나 조금 더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아는 사람은 아는 만큼 우리는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같이 골똘히 생각을 해보는 전시입니다.

김한장 작가의 산책 시리즈 6점 (2023)
김한장 작가의 산책 시리즈 6점 (2023)

기억에 남는 관람객들의 반응이 있으셨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여성행동기록단, 행동 실험 2024. 퍼포먼스 아카이브
여성행동기록단, 행동 실험 2024. 퍼포먼스 아카이브

전시회장에 사람이 많이 왔을 때 서로서로 챙기는 분위기도 좋은데요. 사실 공간이 그리 안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공간이고 누가 들어오려고 하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임에도 관람객들은 서로를 보며 안전하다고 느끼고 다른 공간보다 경계심을 풀고 스스럼없이 다가가거나 이야기를 걸어보는 이런 상황들이 연출되는데요, 이 부분이 여생 전시의 기획 의도와 잘 맞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기획 당시 여생의 슬로건은 놀이터의 개념이었는데요. 사실 대관 장소에 대한 고민을 매우 많이 했습니다.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작은 공간을 대관하여 굿즈를 팔 것인가, 아니면 넓은 공간을 대관하여 굿즈를 판매하지 않을 것인가.

결론적으로 기획팀은 넓은 공간을 선택했습니다. 큰 공간에서 사람들이 쾌적하게 교류를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것인데요. 전시에 와서 보고만 가는 것이 아닌 그림도 그리고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보고 같이 이야기도 나누며 친구가 되는. 그런 놀이터 같은 분위기를 원했습니다. 전시장이지만 놀이터로 사용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여생2부터 전시장은 조용히 작품만 관람하고 가는 곳. 이라는 틀을 깨고자 유토피아 존에서 같이 일부러 보드게임도 같이 하고 깔깔 웃고, 모르는 사람에게 말도 걸며 분위기를 바꾸고자 노력했습니다.

전시에 내방한 와카이브 팀원들이 모여서 카르텔 시각화에 동참하고 있다.

전시에 내방한 와카이브 팀원들이 모여서 카르텔 시각화에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페미니스트 들이다 보니 사진 찍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 않습니까. 인생샷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싫어하고요. 우리의 당연한 발자취라 생각하지만 적어도 여기에서는 사진도 많이 찍고 갔으면 하는 마음에 작품 포토스팟을 만들어서 사진을 올려보기도 하고, 스태프들이 혼자 오신 관람객분에게 가서 사진찍기를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여생의 전시를 가볍게 즐길 수 있던 노력이었습니다.

단순한 전시장이 아닌 놀이터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고 느낀 부분은 여생3에 오신 관람객 덕분이었는데요. 두 번째 전시를 진행할 때는 지금보다는 조금 덜 편한 분위기. 그러니까 다들 ‘전시’를 보러오는 느낌으로 왔다면, 세 번째 지금의 전시에 오신 분들께서는 표정부터 친구 집에 놀러 온 사람들처럼 웃으면서 오셨고 전시장도 마음껏 돌아다니고 저희가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액티브 존에서 자신들만의 활동을 하기도 하고 벽에 홍보지를 붙이기도 하는. 그런 점들이 보여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두 번째 뵈었었던 관람객들을 다시 보며 인사했던 것도 정말 좋았습니다. 또 티켓 부스에서 작가님을 찾으며 작품 추가 설명을 요청했던 것도 즐거웠고, 김한장 작가의 프레임의 확장에 그림을 그려 다신 모든 관람객의 그림 실력에도 매우 감탄했습니다. 대단한 관람객과 함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음 전시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나 예정된 것이 있을까요?

제주에서 여생3 리마인드 전시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놀랍게도 이번 여생3의 작가진 중 반절은 제주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획자 2인은 모두 제주 태생이며 제주도에 거주할 당시 여성주의 문화로부터 고립된 마음과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런 곳에 이런 여성주의 문화가 간다면? 기획팀의 소망과도 같은 사안이지요. 관광지이자 고향인 제주도에서 페미니즘을 떨치겠습니다! 하는 의미가 강하고 성공하면 고향에서도 한번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금년도에 꼭 진행하고 싶은 사항입니다.